Charmant Un Reve
일 년 열두 달 하냥 내리는그리움의 ‘눈’, 그리운 ‘순이’ 본문
(2019 국어 - 시 감상문2)
올해 1월 즈음에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읽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시인으로 꼽는다는 윤동주 시인의 시라서 그런지, 윤동주 시인 시의 정서와 내 정서가 잘 맞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집에 실린 시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와 닿았다. 그 시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가 바로 ‘눈 오는 지도’였다. 이 시는 내가 ‘내 마음은’이라는 시 이후로는 ‘시’라는 문학이 얼마나 아름다운 문학인지를 알게 해준 첫 번째 작품이었다.
이 시가 나에게 특별하게 기억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기억이 옳다면 그때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눈이 펑펑 내린 겨울이었다. 가족들과 차 대신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서 지하철로 여기저기를 다녔다. 그때 나는 한창 문학에 관심을 두던 때라서 지하철 곳곳에 붙어있는 시를 하나하나 읽으며 걸어갔다. 그러다가 이 ‘눈 오는 지도’라는 시를 발견한 것이다. 시를 읽다가 이해가 안 되었던 나는 고개를 들어 엄마를 불러보려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 속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안전 불감증이라도 있었는지,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시를 읽고는 그제야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시에서 본 대로 바닥을 보고 엄마의 눈 묻은 신발이 그려놓은 발자국을 찾으려 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내 앞을 오고가면서 발자국을 지워버린 지 오래였다. 그 어렸던 때의 나와 시 ‘눈 오는 지도’에서의 화자는 거짓말처럼 흡사한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찾고 있는 대상. 그 대상이 남겨둔 흔적. 그 흔적을 자꾸만 지워버리는 눈.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인지 화자의 심정이 너무나도 이해가 갔다. 순이를 찾고 싶은 그 마음에 얼마나 답답했을까? 흔적을 따라 가보려 해도 갈 수가 없게 만드는 외부적 요인에 얼마나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을까?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면서 시를 읽으면 그 어릴 때는 몰랐던 시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 어릴 때와는 달리 시를 읽으면서 주의 깊게 보게 된 시어가 바로 ‘함박눈’이다. 안도현 시인의 시 ‘우리가 눈발이라면’에서도, 윤동주 시인의 시 ‘눈 오는 지도’에서도 등장하는 시어가 바로 함박눈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 시에서 함박눈은 서로 다른 의미로 쓰인다. ‘우리가 눈발이라면’에서는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존재로 쓰였지만, ‘눈 오는 지도’에서는 화자의 순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투영해 어둡게 표현되었다.
내가 ‘눈 오는 지도’를 이토록 좋아하는 다른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아름다운 표현이다. 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표현이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였다. 이 구절이야말로 시의 제목인 ‘눈 오는 지도’ 그 자체였다. 화자의 순이에 대한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을 눈이 녹고 봄이 와서 꽃이 피면 순이가 걸어갔을 눈 덮인 그 길을 따라 가겠다고 표현한 것이 너무 아름다웠다. 또, 이 구절을 읽을 때에는 눈 오는 산에서 오빠가 앞서 걸어가 남겨 놓은 발자국을 밟으며 따라가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실 직접적으로 시의 내용과 관계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눈’과 ‘발자국’이라는 시어 자체 때문에 시를 감상하면서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어릴 적 나처럼 화자도 순이가 있는 곳으로 가고픈 마음을 표현한 것일 텐데,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수행평가 자료 > 高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가 지속 가능한 발전에 미치는 영향 (0) | 2020.11.27 |
---|---|
독을 품고 글로써 저항하다 (0) | 2020.11.27 |
논제 '기본 소득제를 도입해야 한다.'에 대한 토론 (0) | 2020.06.03 |
Socio-Economic Disadvantages of Implementing the Internet Censorship (0) | 2020.06.03 |
English Debate Speech (0) | 2020.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