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ading 'The Capitalist Creed' of "Sapiens"

(2020 Advanced English Writing1)

 

신뢰는 미래의 비용으로 현재를 건설할 수 있게 해주었다. 과거에는 이러한 미래에 대한 믿음이 미약했고 경기는 악화되거나 동결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 믿었고, 파이가 커질 것이라 믿지 않았기 때문에, 순전히 미래에 대한 믿음으로는 현재의 사람에게 투자할 수 없었고, 이러한 투자를 받지 못한 사업가들은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고,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사회는 번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 무한 루프가 깨졌고, 미래에는 상황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사람들에게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하고, 이를 통해 세계 사회 전체가 양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1. 나는 근대에서는 이 글의 ‘신뢰’가 제대로 된 신뢰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본다. 모든 은행가 사업의 대출을 도울 때 그 사업이 정말 잘 되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고 대출을 해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신뢰와 자본주의 경제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형식상의’ 신뢰인 것 같다. 예컨대 다수 선진국의 정부에서는 스타트업에게 큰 조건 없이 지원 사업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주는데 그렇다면 이 스타트업들은 모두 아주 전도유망한 기업들이어야 하고 추후 애플이나 삼성, 구글처럼 대기업으로 성장해야 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하루에도 쏟아져 나오는 스타트업들 중에서 성공하는 것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그렇다면 그 많은 은행은 죄다 안목도 전문성도 없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문서 상에 명시된 형식적인 신뢰 하에 모든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 이번에 읽은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 중에서 또 하나를 꼽자면 과거에 부의 축적을 죄악시한 이유에 대한 부분이었다. 전에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책을 읽은 것이 떠올랐는데, 그 책에서는 과거에 카톨릭과 개신교의 경제적 대립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게 맞다면)카톨릭은 속세의 재화에 무관심할 것을 주장하며 이를 죄악이라 말했고, 개신교는 이러한 카톨릭의 모습을 두고 금욕적인 이상일 뿐이라고 비판했고, 이를 두고 또 카톨릭은 그런 세속화 정신이 물질만능주의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종교는 없지만 ‘The Capitalist Creed’를 읽고 나니 카톨릭의 말이 맞기는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카톨릭이 부의 축적과 세속화를 죄악시한 것은 경제와 국가 상황은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던 것이고, 그러면서 물질만능주의를 카톨릭은 경고했다. 그리고 진짜 그 일이 일어났다. 이까지 쓰고 보니 어쩌다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The Capitalist Creed'를 통해 왜 과거 사람들이 부의 축적을 죄악시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3. 믿음, 신뢰는 자본주의의 바탕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메마르고 냉철하고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이고 불평등한 것이 자본주의의 모습으로 떠오르는데 이러한 자본주의는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 역설적이면서도 신기했다.

4. 그리고 이 글을 읽고 나서 과거의 제로섬 게임에 기반을 둔 사상에서 미래는 현재보다 나을 것이라는 현대의 사상으로 갑작스레 변화한 계기가 궁금해졌다. 이것도 상상된 현실과 관련이 있겠지? 요즘 사람들은 공부를 할 때든 뭘 할 때든 괜찮다, 열심히 하면 나아진다, 시간이 해결해준다, 시간이 지나면 다 나아진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그렇기에 나도 이런 상상된 현실?에 주입되어서 과거 사람들은 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글이어서 즐겁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