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mant Un Reve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 본문
(2019 진로 연계 독서 토론 - 독후감)
평소 경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서 다른 책에 비해 경제 분야의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기도 하는 편이다. 다만 책 편식이 심해서 경제 분야의 책을 읽더라도 금융 위기나 공황과 같은 경기 불황이나 최근 세계 경기와 관련된 책들만 골라서 읽었고, 그래서인지 경제 용어나 법칙 같은 부분은 잘 몰랐다. 그래서 이번에 ‘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을 읽을 때에는 그러한 경제 용어들도 눈 여겨 보았는데, 아무래도 공황과 관련된 부분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것은 세이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였다. ‘세이의 법칙’이라는 것에 대해 책에서 ‘생산물의 수요량은 생산량에 의해 결정되며, 생산물에 대한 수요는 생산물의 공급과 항상 일치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근거인 ‘전반적 과잉 생산은 틀렸다’고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에 있어서 수요보다 공급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 법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없지만, 공급이 없으면 수요는 되레 늘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세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현대 사회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조사도 해보는 과정에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하이에크와 함께 신자유주의를 주장한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밀턴 프리드먼이 역소득제를 제안했다는 것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는데, 역소득제를 제안하던 사람이 신자유주의를 외쳤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역소득제가 현재의 기본 소득제와 비슷한 개념이고 국가가 부유한 이들의 돈을 세금으로 거두어 소득 하위 층에게 분배하는 제도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 제도를 제시한 사람이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했다는 부분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책에서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이 신자유주의까지 그 등장 배경이 설명도 되어 있는데, 특히 신자유주의의 등장 배경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눈에 들어왔다. 신자유주의는 포드주의의 위기, 스태그플레이션의 등장, 케인즈 주의의 종언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시대정신이라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하이에크가 제창한 신자유주의가 스태그플레이션의 등장을 배경으로 하여 나타났다는 것을 보면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현상이 시장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면서부터 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스태그플레이션과 대공황을 겪은 인류가 신자유주의를 들고 나온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케인즈가 등장해 수정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국가가 개입하는 정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겪어본 적 없는 일들이 케인즈 주의가 나오면서 등장했고, 그 파급력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글이 비문학이다 보니 타인의 말이나 타인이 쓴 책의 구절을 인용한 부분이 많이 보이는데, 사실 인상 깊었던 페이지를 접어둔 것을 보면 대부분이 인용구였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는 케인즈가 쓴 ‘화폐개혁론’의 인용구에서 나온다. ‘경제학자가 장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누군가가 폭풍우 치는 계절에 폭풍우는 결국 그칠 것이고 바다는 다시 고요해질 것이라고만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말 하는 것은 너무 쉬울 뿐 아니라, 사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구절이었다. 이 구절과 책 속에서 이 구절을 제시한 앞뒤 맥락을 보고서야 케인즈가 했다는 그 유명한 “In the long-run, we are all dead.”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 사실 나는 내 입장이 케인즈의 주장에 더 가까운지, 하이에크의 주장에 더 가까운지 잘 몰랐다. 그냥 둘 다 적절히 섞어서 시장도, 국가도 아닌 사회적 경제의 실현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 그래서 최근에는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케인즈의 이 말을 보고 케인즈의 입장에, 그의 근거에 타당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케인즈의 말이 나의 하이에크의 몇몇 주장에 대한 답답함을 뻥 뚫어주는 느낌이었다.
케인즈의 주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실질적 자유를 수호하려면, 주거권, 건강권, 노동권 등을 사회와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믿었다.’라는 구절도 인상 깊었다. 시장의 자율성을 위한 국가의 개입. 겉보기에는 모순적이지만 이 부분은 국가 발생의 기원, 인간의 본성, 그리고 법의 존폐와 같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도 자주 언급되는 부분인 것 같다. 이 구절을 읽으니, 모든 인간들이 선하지 않기 때문에 법으로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이가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다양한 경제학자들과 그들의 시장이냐 국가냐를 두고 세우는 입장이 나와 있다. 그 많은 경제학자들 중에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와 하이에크는 ‘공황(depression)’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경제의 새로운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정 수단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의견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공황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공황을 통해 비교적 생산성이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의 퇴출과 생산적인 기업의 새로운 등장을 도모한다고 하는데, 그건 너무 공동체적인 입장에서만 바라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는 이러한 논리에 따라 국가의 전체적인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에 찾아오는 공황은 반가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가가 아닌 그 안의 개개인을 살펴보았을 때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 1997년 IMF가 개입했을 때, 국가부도 직전의 상황까지 갔던, 그 시기를 돌아보면 그 시기에 우리나라 자살률은 극에 달했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그러는 와중에도 금모으기 운동을 했고, 모아진 금은 결국 국내 기업들의 부채를 갚는 데 쓰였다. 그러한 수많은 평범한 지위의 개인들의 그 시대적·경제적 배경을 보았을 때 과연 행복하고 평온한 삶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그러니 공황의 경우에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업이 퇴출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똑같다는 것이다. 그러한 기업들이 퇴출당한다고 가정을 해보면, 우선 그 기업은 수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은 그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그 기업의 CEO들도 매우 많다는 것이다. 한 순간에 평생의 직장을 잃게 된 그들은 어떻게 되는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벌어 둔 돈을 아껴 쓰기 위해 소비, 지출을 대폭 줄일 텐데, 그러면 결국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을 다 읽기는 했지만 아직 내가 케인즈의 입장에 더 가까운지, 하이에크의 입장에 더 가까운지, 하나로 분명하게 답을 내리지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책이 다소 케인즈의 입장을 중점으로 서술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시장에 자율성을 맡기는 것을 조금 더 지지하던 나도 케인즈의 근거가 더 타당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즉, 케인즈의 말이 더 논리적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하이에크의 주장에 더 마음이 이끌린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하이에크의 주장에 마음이 가는 것은 ‘국가의 개입’이라는 이 하나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국가가 개입한다는 말을 들으면 중상주의도 생각이 나고 생각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재라는 말까지 이어져 나간다. 그래서인지 케인즈가 주장한 내용도 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하나 때문에 케인즈가 이야기하는 주장의 근거가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함부로 그 주장에 동의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비록 케인즈가 기본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이익이나 공공선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독재라는 한 단어를 뿌리 치고 생각하는 게 나에게는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하이에크의 ‘자연적으로 발생한 시장에 대한 통제는 인간을 노예의 길로 몰아갈 뿐이다’는 말이 인상 깊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 편으로는 이 구절을 보고 국가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는가, 사회의 계약에 의해 발생했는가에 대해서 논의를 하는 것처럼, 시장이 발생한 그 기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계속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그래도 이론은 이론이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한 경제 현상이나 체제 등에 대해서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읽어 보면 정말 극명하게 의견이 갈리는 게 보인다. 경제 체제로서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자본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단점을 내세우며 자본주의 체제가 현대 사회에서 성립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현대 사회에서 자본주의 체제는 어찌 어찌 유지가 되고 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완전히 붕괴되고 새로운 체제를 수용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렇게 서로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두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두 의견이 조화를 이루어서 세계 경제 체제가 유지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 자체에 대해서도 조금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선 경제학자들과 그들의 주장이 많이 나오는 점이다. 다양한 견해를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한 장(챕터)에서 너무 많은 학자들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분명히 케인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장인데 갑자기 정반대의 의견을 가진 경제학자의 이야기가 튀어나오고, 그러다가 또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경제학자의 이야기도 튀어나온다. 물론 책을 구성하다 보면 함께 묶어서 이야기하는 부분을 넣을 수 밖에 없었겠지만 원래 기본 지식이 없던 사람이라면 책을 읽고 나서 되레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케인즈의 입장과 하이에크의 입장, 그 각각의 편에 서있는 학자들의 주장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기대하고 읽었는데 그런 책은 아니어서 조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