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을 품고 글로써 저항하다
(2019 국어 - 시 감상문1)
‘독을 차고’에서 ‘독’은 ‘유독하다’에서 독과 같은 의미이다. 그런 단어를 들었을 때 우리는 어떤 심상을 떠올릴까? 위험하다, 해롭다……. 그렇다면, 시 ‘독을 차고’에서 쓰인 독도 그런 의미일까?
1년 전부터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 운동가들의 민족 운동, 저항 운동에 관심이 많아져, 그에 대한 민족저항 시들을 많이 찾아보았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시가 이육사 시인의 시 ‘절정’과 김영랑 시인의 시 ‘독을 차고’였다. 사실 두 시 모두 처음 읽었을 때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어려웠고, 시적 상황을 상상하려 해도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번 읽고 그 뜻을 알기 시작하니 시에서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이 느껴졌다.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도 같았다.
시 ‘독을 차고’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았던 까닭이 아마 이 시에서 화자를 유혹하는 ‘벗’에 대한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냈기 때문인 것 같다. 시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시의 1연에서는 화자가 벗과 대화를 하고 있다. 2연에서는 벗이 화자에게 충고를 가장한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있고, 3연에서는 화자가 독을 차게 된 배경이 드러나며, 마지막 4연에서는 비로소 화자의 순결하고 결연한 저항 의지가 드러나 있다.
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표현은 3연의 4행이었다. 처음 문장을 봤을 때는 내가 평소에 자극적이고 다소 노골적이라고 느껴지는 표현에 대해 거부감을 느껴, 이 행도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시를 여러 번 읽고 주제를 알아가니, 일제를 짐승에 빗댄 표현과 화자의 죽음을 불사르는 의지가 담겨 있어 인상 깊게 다가왔고, 이전에 이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던 나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시에서는 긍정적인 시어와 부정적인 시어가 대립을 이루고 있다. 화자가 현 상황에 저항하며 지켜내려는 ‘독’, 그러한 독을 차고 있는 화자를 노리고 괴롭히는 이리, 승냥, 독을 버리라고 유혹하는 벗 같은 부정적 시어가 대립되어, 상황을 순응적으로 수용하려는 벗의 태도와 반대되는 화자의 저항적 태도가 강조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이 시는 일제의 식민 통치에 대한 죽음을 각오한 저항 정신과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순수한 정신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앞서 첫 문단에서 이 시에서 ‘독’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물음을 던졌는데, 이 시에서는 ‘독’이 ‘독기(사납고 모진 기색)’과 같은 의미로 쓰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유해한 독이 아닌, 일제에 저항하기 위해 품은 독기.
이 시를 접하기 전에 김영랑 시인의 시는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모란이 피기까지는’같은 순수하고, 서정적인 시만 알고 있었는데, 그런 시를 쓰는 시인이 이렇게 일제에 저항하는 내용의 시를 썼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감성적인 시를 쓰던 시인에게도 일제강점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이러한 시를 쓰게 되었을까? 또, 사실은 늘 ‘독을 차고’라는 시에서처럼 저항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지만 위에서 언급한 두 시들처럼 서정적인 시들을 씀으로써 그러한 힘겨운 상황을 극복하고자 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어, 그 시대를 견디며 저항한 김영랑 시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께 더욱 짙은 존경스러움이 피어났다.